끝, 끝없는 과정
이 발굴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시에서 제공 한 자료를 조사하였지만 박후남(여)씨의 가방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공무원들이 작성한 문서들의 감춰진 의미들을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박씨의 기록이 어느 정도 진실된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그녀가 수집한 이미지와 물건들, 그리고 신문기사 스크랩들은 우리가 도시를 이해하는 귀중한 과학적 자료가 되었다.
도시는 팽창하고 줄어든다. 기존의 사회기반 시설인 철도, 자동차, 비행기, 전화 등을 통해 한 지역은 다른 지역으로 팽창된다. 반면 어떤 도시는 사라지고, 때론 다른 도시에 흡수되며, 아무도 살기를 원치 않는 곳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정부는 슬럼화를 없애기 위해 “도로 재정비 및 직선화 사업” 과 "명품도시" 등의 이름으로 재개발 사업을 진행 해 왔다. 모던 사회에서 기술의 발전은 사회를 하나의 기계장치로 만드는 듯 하다. 아파트는 주거를 위한 기계, 신용카드는 소비의 행동 기계, 학교 제도와 보안등의 설치는 육체적 행동을 통제하는 기계로써 사회의 기존 권력, 규율과 체제를 재생산하는 도구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스마트시티"는 항구와 철강 산업으로 수입을 얻는, 상대적으로 작은 산업도시로 시작했으나 점점 인간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제 인간은 중력을 뛰어넘어 하늘에 도전하고, 땅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간척사업을 하며 인간의 두뇌에 경쟁하는 인공지능형 도시를 건설 한 듯하다. 스마트시티는 글로벌 브랜드화 되어서 미국, 유럽, 중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20개 이상의 복제 도시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높이의 가장 높은 댐, 가장 높은 타워, 가장 긴 다리, 가장 긴 터널이 세계 곳곳의 스마트시티에 건설 된 것으로 보인다. 고층 아파트 건물과 함께 지어진 쇼핑몰, 극장, 음주가무 시설은 표면상 행복감 증진을 위한 것이었을지 모르나 실상은 일상생활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도구로서 사용된 것으로 우리는 추정하며, 전 세계적으로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평균적인 '안전한 환경'을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끊임없이 일어나는 계층 간 싸움은 18세기 말의 프랑스나 16세기의 미국을 연상시키며 주거의 형태의 계속되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부 구조와 토대는 그 구조를 유지하며 사회적 갈등을 생산해 낸다. 스마트시티는 사회적 시한폭탄이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생산의 기본 단위인 가족을 해체하고, 집을 캡슐과 같은 형태로 분리시킴으로써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이 살았지만 더 이상 함께 살지 못하게 되었다. 거대한 평균적 '안전한 환경'에 맞지 않았던 부적응자들은 스마트시티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를 원하게 되었으며, 다른 삶의 방식을 추구하기 위해 지상이 아닌 지하를 선택해 새로운 사회 구조를 만들 방법을 찾았다. 박씨의 노트를 통해 역사 속에서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등 서로 다른 형성 배경을 갖고 생성 된 여러 지하사회의 예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스마트시티의 사람들이 지하사회를 형성한 분명한 목적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선언문조차 우리에게 분명한 것을 전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지하사회의 형성 자체와 그 원인에 대해 의심해보고 상상을 하게 해준다.
그녀의 소지품에서 시간적으로 마지막 단계라고 여겨지는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시티에 남겨진 사람들이 예술이나 종교 활동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회복시키는 방법을 찾는 동안 정부는 이미 재개발 계획을 만들어 냈다. ‘장미의 도시’라고 세례를 받은 새로운 ‘원더시티’의 궁극적 목표는 사전에 고안 된 방식으로 사회 유기적 관계의 회복하는 것이다. 즉, ‘장미의 도시'가 감독하는 상황 안에서 거주자들이 그들의 삶과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는 장미 빛 도시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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